하늘의 운동장에 계실 영재 형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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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곰탱이 작성일15-01-07 22:31 조회7,249회 댓글0건본문
영재 형님,
무었이라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형님께 글을 쓰려니 뿌여니 무었인가가 눈앞을 가리면서도 커다란 아쉬움이 밀려드네요. 엊그제 아침에 찾아 뵈었을때 형님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병원에서 나오면서 차에 달려있는 묵주십자가를 붙잡고 기도하였습니다. 한동안 멀리 하였던 십자가였건만 정말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 이제 그만 저희 영재 형님의 고통을 거두어 주시고 당신의 세상으로 당신의 품안으로 속히 거두어 주세요. 이세상에 와서 당신의 뜻에따라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 가셨던 분이 십니다. 전쟁통에 태어나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지냈고 중년에 이렇게 타국으로 와서 당신의 자손들을 뿌리고 또 건강히 훌륭히 살아갈수 있도록 하라는 당신의 그 임무를 다 하신 이 힘들어하는 당신의 양을 이제 당신께서 손을 내밀어 그동안의 수고의 댓가로 당신의 세상에서 편안한 영생을 누릴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영재 형님,
조금만 참으라고 그랬죠. 빨리 떠나 보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드린 기도 였지만 막상 이렇게 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 큰 아쉬움이 숨을 막아 버리네요.
운동장에서 항상 머리밴드를 하시고 운동장을 질주하시던 형님의 모습이 눈앞에 있습니다. 운동을 하던 중에도 젊은 친구들이 쉽게 공을 차려하면 " 야 너네 왜 열심히 안해 !" 하시면서 호통을 치시곤 하셨죠. 또 이 친구들이 멋진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그래 잘한다 잘해 !" 하시면서 칭찬 역시 아끼시지 않으셨죠. 운동중에 본인이 실수라도 하시면 바로 손을들어 " 어 미안해" 하시면서 어린애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뛰우시던 모습은 여전히 저희 눈앞에 그대로 이십니다.
모임에서 필요로 하는것은 그대로 지나치지 않으셨죠. 재작년 여름이었나요. 얼리버드 야유회를 가려하니 형님께서는 "그래 바베큐틀이 필요하면 내가 갖고갈께"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으시고 임원진들 걱정하지 마라고 항상 먼저 수고를 아끼시지 않으셨잖습니까?
병마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좀 호전 되었을때 두툼한 겉옷을 걸치시고 저희 운동하시던 모습을 지켜 보시곤 하시면서 삶의 의지를 잃지 않으셨고, 봄이되자 다시 축구화의 끈을 조이면서 "나 천천히 뛸테니 좀 봐주라" 하시면서도 쉼없이 운동장을 달리셨고 여름이 되었을때 "저희하고 산성 순두부가 괜찮으니 함께 아침식사 하러 가자"고 하니 " 아냐 집사람이 걱정하고 기다리고 있어. 가봐야 돼. 그동안 집사람 고생만했는데 이제 말 잘들어야 돼." 하시던 그 얼굴에서 형수님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랑을 보곤 빨리 댁으로 가보시라고 제가 그랬잖아요.
병원에 다시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을땐 곧 다시 운동장에 오시겠지 하는 생각이었으나 한주 두주가 가도 모습은 보이지않고 어쩌면 다시는 운동장에 오실수 없을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이없던 제 표정이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납니다. 쉽게 발길이 형님이 계신다는 병원으로 향하지도 않고 또 전화로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그도 차마 형님 목소리를 들으면 아무 말도 못할것같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형님을 보낼수 없어 찾아 뵈었을때 언제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 어 용래 왔구나. 어제 시합 어떻게 됐냐?" 하며 저희 얼리버드에 대한 정말 끝없는 애정을 보여 주셨잖아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도 본인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듯 아프고 힘들고 또 짧지않은 시간 병마와 싸워온 지친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더군요. " 형 절대 정신은 놓으시면 안됩니다" 하고 속삭이자 형님은 "그럼 그럼"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빨리가봐라 다른 회원들 기다리잖아" . 지난주에는 "저희팀이 4강에 갔는데 결승가면 응원 나오셔야죠 " 하니 " 아 그럼 가야지. 그런데 컨디션보고 .." 하시고는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군요. " 난 벌써 운동장에 있다" 하시는 말씀처럼 들렸답니다.
형님, 외로워 마시고 아쉬워 하지 마세요. 저희 얼리버드 회원들 모두는 형님이 운동장을 누비시던 그 모습도, 그 목소리도, 그 헤어벤드 조차도 다 기억하고 있을 것 입니다. 항상 얼리버드를 걱정해 주셨던 그 마음으로 하늘에서도 보아주시고 격려해 주실것을 믿습니다. 잠시나마 운동장에서 형님 모습을 볼수 없을것 이지만, 곧 우리 모두 형님이 계시는 그 하늘위의 드넓은 운동장에서 또다시 공차며 소리치며 땀흘릴 그날이 올것을 알고 있답니다. 제가 갈때는 형님 꼭 먼저 오셔서 형님의 그 운동장으로 저의 손을 이끌어 주시고 신입회원이라며 잘 해주라고 소개도 해주세요. 그때까지 저희 얼리버드에서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은 형님을 기억하고 영재형께서 해주셨던 그 사랑을 저희도 다른이들에게 전하면서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영재형, 다시 만날때 우리 더 많은 축구얘기, 얼리버드 얘기 할수 있도록 더 많은 추억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형님 축구실력 줄지 않도록 연습 게을리 하지 마시고 축구화 빤질빤질 잘 닦아 두세요. 아셨죠?
다른 회원들 기다리니 곰탱이 이제 그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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